결혼식 주례 45번을 마치고.....
새롭게 출발하는 신혼부부의 결혼식에 주례를 선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자리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자리이다.
2001년부터 결혼식 주례를 해온지 어언 18년째이면서 지난 일요일 45번째 신혼부부의 결혼식에 주례로 등단했으니 평균은 일 년에 두세 번은 그 자리에 섰다.
내 나이 47살에 주례로 등단한 것은 초등학교 동창생 아들의 재혼식 주례였다. 나이 50도 되기 전 에는 안 된다고 거절을 몇 번하였지만 친구가 집안 사정도 너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고, 자기 아들을 잘 챙겨주었으니 앞으로 잘살라는 부탁의 말을 해달라고 하니 할 수없이 자리에 올라가기는 하였다. 군 생활하는 기간이라 병사들과 군 간부들 앞에서는 여러 번 강의도 하고 훈시도 하였지만 일반인들 이 자리를 메운 곳에서 단상에 서보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도 되었고,겨우 써간 주례사를 읽어주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그 친구 둘째 아들도 주례를 해 주기는 하였지만....
지금까지 나에게 주례를 부탁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군 생활 시절의 부하들과, 전우들의 자녀들, 그리고 초등학교 동창생들, 그리고 불교 도반들이 있고 주례 봉사를 요청받아서 간 것도 두 번이나 된다.
어쩌다 주례로 나선 것인지는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못 살아오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군 생활도 그리 낮지도 높지도 않는 계급으로 정년까지 명예롭게 잘 했고, 나를 대신해서 15~6년간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와준 아내 덕분에 효자소리는 못 들어도 남에게 지탄을 받지는 않았고, 평범하면서도 큰 탈 없이 자라준 두 딸, 그리고 알게 모르게 소문난 조카를 입양시킨 사연, 불교 포교활동과 봉사활동으로 나름대로 욕심을 내려놓고 살아온 삶이 간택을 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으리라. 그리고 적당히 배는 나왔지만 체격도 있고 인상도 그리 나쁘지 않고, 달변은 아니어도 말주변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니…….
주례를 부탁 받고서 사전에 신랑신부가 찾아와서 인사를 하는 경우도 간혹은 있다. 요즈음 사람 들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 트랜드가 되어서 부담스러운 절차를 거치는 것을 원치 않기도 한다. 그래도 사전에 신랑신부를 만나면 조금 더 대화와 소통을 할 수가 있어서 일방적인 훈시 같은 주례사보다 눈높이를 맞출 수가 있어서 좋다. 주례사는 큰 틀에서 3가지를 꼭 담는다. 첫 번째는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가라는 이야기다. 그 내용에는 부부싸움 할 때 남자는 여자에게 져주라는 내용도 포함된다. 두 번째는 효도하라는 이야기이다. 요즈음은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니 3명은 낳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 번째는 베풀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다분히 불교적 색채를 띠지만 일반화하여서 이웃종교인들도 거북스럽지 않게 적당히 조절한다.
주례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형제의 주례를 서준 것이 두 번, 코미디언 엄용수가 사회를 보는 결혼식에 주례를 서보기도 했고, 사위의 동생 결혼식에도 주례로 나사기도 했고, 이혼한 친구의 딸 결혼식장에도 서보고, 40살이 넘은 만혼의 부부는 임신한 채 결혼식장에 나타나기도 하였으며, 신랑 측에서 결혼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올리는 결혼식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을 보이시는 신랑 아버님도 있었다. 또한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와 부모님은 불교식구인데 누나들이 축가를 한다고 나서서 찬송가를 부르는 바람에 썰렁해진 결혼식장을 수습하기 위해서 다시 주례단상으로 올라가서 “부처님의 자비와 하나님의 은총이 충만하신 이 자리에 새롭게 탄생한 신혼부부를 위해서 박수를 칩시다” 하면서 분위기를 웃음으로 돌려놓았던 일도 있었다.
서울로, 대전으로, 동두천으로 초청을 받아서 먼 거리를 다녀온 적도 있지만 대개는 청주권이라 시 간상 제약은 별로 없지만 주례로 나서기 전에는 외모에도 적당히 신경을 써야한다. 결혼식장에서 찍은 사진은 평생을 두고 보는 것이라 어떤 양복을 입어야 할지, 어떤 넥타이를 매어야 할지, 머리의 염색 상태도 적당한지 골고루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30분 전에는 도착해서 사회자와 미팅을 하면서 나에 대한 소개를 적어주고 서로의 역할을 점검하고 나서 미리 성혼 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마이크 상태를 점검하고 단상의 높이도 확인해야한다. 그리고 주례사에 서명을 미리 해놓고, 결혼식이 마치고 나면 성혼선언문과 함께 주례사를 신혼부부에게 전해달라는 부탁을 스탭에게 해준다. 결혼식장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서,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볼수 있도록... 주례를 마치고 나서 혼자 식사를 한 적이 두어 번 있어서 미리 지인들에게 식사는 결혼식 마치고 내가 사진을 찍고 나면 같이 하자고 일러두어야 한다. 결혼식을 올리는 측에서 주례를 살뜰하게 챙겨주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또한 수고비를 받기도 한다. 미리 건네주는 경우도 있고, 결혼식 끝나고 챙겨주는 경우도 있기 하지만 순수한 봉사입장에서 무료로 해주는 경우도 있으니 수고비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다만 제일 많은 받은 적은 십여년 전에 30만원의 거금을 받은 적이 있다. 전방근무시절 부하였던 전우의 아들 결혼식 주례를 서주러 동두천으로 갔는데 “차비도 하시고 대대장님 퇴직 후에 별다른 직업도 없으시면서 봉사하시는데 용돈에 보태 쓰시라고 드리는 것입니다” 하면서 건네주기도 하였다. 요즈음은 주례를 마치고 지인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 즐거움이다. 약간의 수고비로 생색도 낼 수 있고, 혼주를 대신해서 답례를 하는 것도 되고, 정담을 나누는 시간도 가질 수 일석삼조이다.
지금까지 45번의 결혼식의 주례 역할로 45쌍의 신혼부부의 앞길을 축하해주었으니 나름대로 복을 많이 받은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신혼부부들이 아름답게 알콩달콩 살면서 자식들 낳고 잘 산다는 소식이 들리면 누구보다도 즐겁다. 그들이 결혼식장에서 보여주었던 행복한 모습을 잃지 않고 오래도록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살아가기를 마음속에서 기도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부끄럼없이 나도 잘 살아야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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